Never4Got10/사소한 일상

[카메라]올림푸스XA 사용기

Never4got10 2008. 11. 28. 13:52

한창 사진에 빠져 있었을 시기. 2005년도.

캐논 300D를 구입하여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서, 디지털 카메라의 모자란 듯한 부분을 찾기 위해 필름 카메라에도 기웃거렸던 시기였다. 이때는 항상 편하게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원했고 그때 롤라이 35를 생각하고 있었을 쯔음에, 

Rollei35을 노리는 나에게 사진에 관심있는 직장동료가 가르쳐 준 카메라 올림푸스 XA

카메라 얘기를 나누다 롤라이 35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그와 비슷한 용도의 카메라로서 XA를 가르쳐주었다. 그때는 그냥 흘려 들었는데, 롤라이 35의 사용기를 보다보니 기능면에서 내가 활용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느낌들을 받게 되었다. 

롤라이 35 의 초점은 목측식으로 여러번 찍어보아 거리감각이 생겨야 한다는 것과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요즘 휴가기간에 여유돈이 필요한지 매물은 많이 쏟아져 나오기는 하나 선뜻 구매를 결정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흘깃 올림푸스 XA에 대해 알아보니 레인지 파인더식의 조리개 우선방식으로 심도조절도 가능하고 로모보다 작다는 점에 끌리게 되었다.

가격도 싼편이었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높은 롤라이 35의 가격, 그리고 롤라이 35시리즈 중에서 같은 모델넘버를 가지고 있음에도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때문에 그리고 휴대하면서 찍고자 하는 마음에 올림푸스 XA에 마음이 기울게 되었다.

자주가는 로커클럽과 롤라이 클럽, 그리고 올림푸스 클럽을 뒤지다 적당한 가격에 물품이 나왔고, 판매자에게 메일을 보내, 어제 구입하게 되었다.

언뜻 보면 로모가 생각나는 자그마한 크기에 조리개를 조절할 수 있고 이중합치식 레인지 파인더 방식의 카메라라 초점 또한 조절이 가능한다. 항상 휴대할 수 있다는 점과 찍고 싶을땐, 렌즈 커버를 열고, 톱니처럼 생긴 필름 감개를 감고는 거리조절을 한 후,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된다는 간편함. 물론 거리를 조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재미가 그런 것에 있지 않은가

거리조절은 카메라가 레인지 파인더방식이라 이중합치식인데 이중합치식은 집에 있는 야시카 lynx 14e를 사용할때 적응이 되어 있는지라 그리 큰 불편은 느끼지 못하였다.


자주 피는 던힐보다 조금 큰 정도로 와이셔츠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카메라로, 사실 가지고 다니면서 찍을 수 있는 카메라로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생각해 보았지만, 컴팩트 디지칼 카메라의 결과물인 사진의 색상을 생각해보았을때 필름 카메라가 훨 낫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럴만도 한것이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CCD가 무슨 베이어 방식으로, 수백만의 픽셀이 모인 CCD에서 모든 픽셀이 R,G,B 의 색을 처리하는 것이 아닌, 1:1:2 형식으로 색을 받아 들이고 이걸 처리를 해서 파일로 남기는 방식이니, 완전한 색을 처리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후지나, 시그마에서는 나름대로의 CCD를 개발해서 판매를 하고 있으니, 필름의 색에 근접했지만 아직은 필름의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감명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할까. 


일반적인 컴팩트 필름 카메라의 경우, 조리개 수치가 자동조절식이 많은데, 손맛이라 할까, 내가 직접 조절하며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원했는데 올림푸스 XA는 그러한 조건에 맞는 카메라이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부분은 조리개 조절부분으로 F2.8 ~ F22 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카메라의 덮개를 열어보면 렌즈가 보이며, 렌즈 밑에는 ISO 선택과 초점 조절용 바가 달려 있다. ISO를 조절하기 위해 손톱을 세워서 설정해야 하지만, 모 이 조그마한 카메라로 이정도 설정쯤이야.. 작지만 이런 저런 기능이 집합된 깜찍한 카메라이다.


이중합치식 초점 조절이라, 일반적인 뷰파인더 옆에 자그마한 초점파인더가 하나가 있다. 즉, 뷰파인더와 옆에 있는 초점 파인더의 상이 일치되게 맞추면 초점이 맞으면 0.85m~ 무한대까지 가능하다.

렌즈는 올림푸스에서 제작한 ZUIKO 렌즈로 어느 정도 명성이 있는 렌즈이다.


빨간 부분이 셔터로 생각하는 것보다 살짝 누르면 '틱'하는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히게 된다. 오른쪽의 필름카운터와, 왼쪽의 필름 감개로 단순하게 이루어져 있으며, 뷰파인터를 들여다 보면 왼쪽 부위에 셔터 스피드를 표시하는 바늘이 해당 조리개 수치에 맞는 셔터 스피드를 자동으로 선택해주게 된다.

 구입하자 마자 36짜리 필름을 넣고는 이것저것 찍어보았고, 아직 현상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느낌이 아닌 필름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해 줄 수 있는 카메라로 당분간 지름신은 안 받으리라 생각이 든다. ^^

올림푸스 XA는 XA,XA2,XA3,XA4 까지의 시리즈가 있는 카메라로, 이중합치식 레인지 파인더 식은 XA가 유일하고, XA2, XA3는 목측식, XA4는 광각식 카메라로 제조되었다.



XA는 통해서 찍었던 사진들을 올려본다. XA로 사진을 찍으면서 그리고 그 결과물을 보면서, 정말로 다재다능한 카메라라는 생각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든다. 낮이나, 밤이나, 어떤 필름을 넣든, 항상 뛰어난 결과물을 뽑아내 주는 카메라, 이런 카메라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지만 XA는 오래된 카메라이고, 그렇기에 고장이 났을 때에는 수리라든가 부품을 구하기 힘들다는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특히, XA에서 사용하는 노출계는 이미 부품이 단종된 상태이기에, 고장이 나면 다시는 수리를 할 수 없을뿐더러, 노출계가 고장이 나면 XA는 더 이상 쓸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노출계가 고장나면 일단 셔터 스피드가 5초 정도로 느려진다.) 

잘 쓰던 XA가 어느 날 셔터 스피드가 느려지면서, 수은 전지를 갈고 했지만 동일한 증상이 발생해서 수리점에 맡긴 결과, 부품 단종으로 인한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들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는지라, 꼭 살리고 싶었으나 그러질 못하였고, XA를 추가 구매하려고 노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XA2를 구입하기도 했었지만, XA만큼의 맛이 안 느껴져서, 아는 동생에서 선물로 주고 말았다.